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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앨범

[기획 연재] 명반을 찾아서 -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진원) 1집 <Infield Fly>

[기획 연재] 명반을 찾아서 -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진원) 1집 <Infield Fly>

 

 

 

 

아티스트: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진원)

 

발매: 2002. 04. 22

 

배급: 아름다운 동행 Entertainment

 

수록 곡 정보

1. Infield Fly

2. 절룩거리네

3. 361 타고 집에 간다.

4. 스끼다시 내 인생

5. 행운아

6.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7. Happy birthday, Layla

8. 슬픔은 나의 힘

9. 유리

10. 엇갈림

11. 그대, 내 모든 것

12. 쓸쓸한 서울, 노래

13. 어차피

 

 

 

 

 

2010년 11월 6일은 홍대 인디 씬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에게 분명 큰 비극이었다.

 

누구에게도 주목받진 않았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려던 유망한 뮤지션이 떠나간 날이기 때문이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이진원 씨의 이야기이다.

 

오늘 소개할 앨범은 그의 2004년 데뷔작 [Infield Fly] 이다.

 

그는 철저한 홈레코딩으로 2,000장을 직접 제작했다.

 

특히 이 앨범은 통신판매로 홍보를 하여 <고스트스테이션> 인디차트에서

 

"절룩거리네"라는 곡이 5주 연속 1위를 하는 나름의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만큼 이 앨범은 음악 그 자체로도 뛰어난 앨범이다.

 

그렇다면 이 앨범은 어떤 특색들을 가지고 있는지 떠나간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특유의 환한 미소를 회상하며 파헤쳐 보자.

 

 

 

 

 

Keyword 1. 가내수공업

 

 

이 앨범은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 대학생 시절부터 작곡해온 200여개의 곡 중 베스트만을 엄선하여

 

작곡부터 녹음까지 스스로 작업한 철저한 가내수공업 앨범이다.

 

그러나 이 앨범을 홈 레코딩이라 하여 사운드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철저한 오산이다.

 

오히려 이 앨범은 어쿠스틱 기타와 일렉기타의 디스토션 이펙팅 외에는

 

별다른 사운드 연출이 없는 단촐한 구성이기에

 

앨범의 컨셉과 홈 레코딩이라는 방식이 잘 맞아떨어져 더 깊은 의미를 자아낸다.

 

"361 타고 집에 간다"는 곡을 전반적으로 어쿠스틱 기타 리듬이 지배하고 있는데,

 

홈 레코딩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생생한 어쿠스틱 기타의 생동감을 전해주고 있다.

 

사실 홈 레코딩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보컬과 악기가 따로 노는 듯한 인상을

 

풍기는 약간의 어색함이다.

 

웬만한 기술력 없이 말 그대로 "녹음"만 했다간 사운드 편집과

 

밸런스 조절이 적절하지 못해 각 소스들간의 부조화를 유발할 수가 있다.

 

그러나 이 앨범은 각 악기 소스간의 조화가 깔끔하게 잘 정돈 되있다.

 

"스끼다시 내 인생"이라는 곡은 다른 곡들과 마찬가지로 전반적인 어쿠스틱 기타 리듬에

 

갑자기 튀어나오는 일렉기타의 디스토션 사운드와 보컬의 화음까지

 

홈 레코딩 방식으로 녹음했다는 인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소스들간의 조화가 전혀 이질적이지 않게 들린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1집 <Infield Fly>에서 2번 트랙 곡 "절룩거리네"> - 출처 유투브

 

 

 

Keyword 2. 패배자

 

 

많은 이들이 인식하는 청춘 앨범이란 도전적이고 패기 넘치는 젊은이들의

 

희망찬 미래를 기약하는 노래들이다.

 

그러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데뷔작은 좌절하고 비굴한 청춘들의 인생을 노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지나칠 정도로 자기 비하로 보이는 곡들은 막연하게

 

희망찬 미래를 기약하는 여느 곡들과는 다르게 더욱 강한 공감대를

 

지금 이 시대 청춘들에게 불러일으킨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가장 유명한 곡 중 하나인 "절룩거리네"는 그러한 정서가

 

가장 잘 드러난 곡이다.

 

옛날의 꿈은 다 버리고 절룩거리며 비굴하게 살아간다는 어찌 보면 우리 모두의

 

삶을 그린 이 노래는 그 가사만큼이나 애절한 멜로디로 이 시대 청춘들의

 

어두운 현실을 잘 그리고 있다.

 

"쓸쓸한 서울, 노래" 역시 고달픈 서울 생활에 지친 무기력한 청춘들의

 

모습을 잘 묘사하고 있다. 특히나 다른 곡들에 비해 가늘고 세기가 약한 보컬을

 

연출하는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완급 조절과 편안한 어쿠스틱 리듬이 받치는

 

이 곡은 슬쓸하면서도 차분히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곡이다.

 

비슷한 느낌으로는 "슬픔은 나의 힘"을 들 수 있다.

 

확연히 처지는 보컬과 아르페지오 형식의 통기타 연주는 슬픔을 통해 살아있음을 느낀다는

 

어찌 보면 너무나 처량한 가사와 함께 잘 맞아 떨어져 처량한 분위기를 더욱 배가시킨다.

 

"스끼다시 내 인생"은 보다 직접적으로 이러한 세상에 대한 분노를

 

표출한 곡으로 다른 곡들에 비해 강한 기타소리와 가사가 특징이다.

 

 

 

 

 

Keyword 3. 행운아

 

 

분명 패배자 정서가 강한 앨범이지만 그래도 많은 이들이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을 아직도 사랑하는 이유는 그는 여전히 희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현실은 그렇게 척박하고 힘들지만 그는 스스로를 행운아라고 부를 만큼 언제나

 

희망을 품고 있었다는 것이다.

 

"행운아"는 그런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긍정적 에너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곡이다.

 

다른 곡들이 주로 어쿠스틱 기타로 차분하고 쓸쓸한 분위기를 연출한다면

 

이 곡은 시작부터 강한 킥 드럼이 규칙적인 리듬을 형성하고 파워코드의 일렉기타가

 

노래를 강하게 꾸미고 있다.

 

거기에 "난 자신있어 한 번 살아보겠어"와 같은 가사는

 

곡 자체가 가지고 있는 강한 힘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 곡에 바로 이어 나오는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역시 수록 곡중

 

가장 활기찬 분위기이다.

 

야구장의 함성 소리를 샘플링으로 쓴 듯 한 이 곡은

 

다른 무엇 보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자전적 이야기인 듯 하다.

 

가사가 무척이나 인상적인 곡이다.

 

 

 

 

 

그가 떠난 지 3년이 다 되어간다.

 

그러나 아직도 그를 잊지 못하는 그의 동료들과 팬들은

 

스스로 추모 공연을 하고 있다.

 

그만큼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 남기고 간 향수는 홍대에 아직도 진하게 베어있다.

 

패배자 정서로 가득하지만 그 속에서도 낙관적 희망을 믿고 있는 이 앨범은

 

갈수록 날씨뿐만 아니라 현실 자체가 추워지는 지금

 

우리들에게 굉장히 따뜻하게 다가오는 앨범이다.

 

그의 환한 미소처럼 새해에는 비록 절룩거리는 현실이지만

 

우리 모두가 "행운아"가 되길 빈다.

 

 

by 서울상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