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연재] 명반을 찾아서 - 버닝햅번, [Life Goes On]

 

 

 

앨범 정보

 

아티스트: 버닝햅번

 

앨범명: Life Goes On

 

발매년도: 2010.08.02

 

배급: 디지털 레코드

 

 

 

 

수록곡

 

 

 

 

따지고 보면 한국 인디씬의 부흥과 복발은 펑크였다.

 

하지만 요즘에는 인디씬도 대세를 쫓아 일렉트로닉 사운드나

 

다양한 샘플링과 접목을 많이 한 음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분명 기타 한 대 메고 페달이라고는 디스토션(기타 사운드를 거칠게 변환하는 이펙터)한 대로 무대 위에서 괴성을 지르던 것이 유행이던 시절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런 판국에 꾸준히 펑크 사운드를 밀고 나가는 밴드가 있다.

 

바로 버닝햅번이 그들이다.

 

버닝햅번은 대전 출신 6인조 밴드로, 미니멀한 구성에 트럼펫과 키보드의 효과로

 

마구 달리고 싶은 사운드부터 여유롭게 몸을 흐느적 거리는 스카 사운드까지

 

펑크라는 장르 안에서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그들의 2집 [Life Goes On] 은 1집 이후 긴 공백(무려 7년!)을 깨고 나온 정규앨범이다.

 

2010년 출시된 이 앨범을 명반이라 하기엔 너무 근래의 앨범이 아니냐 묻겠지만,

 

앨범이 나온 시기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예전과는 사뭇 다른 대세적 흐름에 'No Punk, No Life' 라고 외칠 수 있는 당돌하고

 

역동적 앨범이 이 앨범이라는 것이다.

 

 

 

 

왼쪽부터 한상우(베이스), 기민석(트럼펫), 김희정(키보드), 오근택(드럼), 정우원(기타), 송원석(기타&보컬)

 

 

 

 

 

 

자, 그럼 본격적으로 버닝햅번의 [Life Goes On] 에 대해 파헤쳐 보자.

 

 

 

 

1. 마이너 감성

 

섹스 피스톨즈 조니 로튼의 말을 빌리자면,

 

애초에 펑크라는 것이 좀 가진 부르주아들을 비아냥하며 '투덜거리는' 음악이었지 않나.

 

실로 우리가 펑크라는 음악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감성은 청춘의 허무에 대한 상실감과 분노 그리고 애환 등등이다.

 

이런 감성을 통틀어 그냥 마이너 감성이라 하겠다.

 

왜 굳이 이런 고결한 감성들을 '마이너'로 자학하듯 싸잡느냐 하겠지만

 

솔직히 마이너 하지 않은가?

 

버닝 햅번의 'Life Goes On' 첫 번째 트랙에서 마지막 트랙까지 이런 마이너 감성을 일관성 있게 보여주고 있다.

 

아니 그들의 첫 앨범부터 지금까지 쭉 이어오고 있다.

 

2000년대 무수히 많은 조선 펑크 밴드들이 현재 사라지고 아예 음악적 색깔을

 

변형시킨 요즈음에 30대를 훌쩍 넘은 이들은 여전히 청춘의 소외와 분노, 그리고 좌절 등에 대해 소리친다.

 

버닝햄번의 이런 감성들은 가사를 통해 잘 전달된다.

 

자신의 청춘을

 

'계속 되는 빌어먹을 엿 같은 일상에서 짓 밟힌 애처로운 나의 청춘(Lust for Life 中)' 이라고 슬퍼하고

 

'노력없이 늘어가는 삶의 무게가 좋다(No Punk No Life 中)' 며 자조적인 목소리로 푸념을 늘어놓지만

 

'똑같은 얼굴로 10년 쯤 후에는 지금을 그리워할 것'(Life Goes On 中)' 이라는,

 

'싸구려 감상에 젖어 옛날을 그리워할 것(잊혀진 거리 中)' 이라는 그들의 목소리는

 

단순한 분노와 좌절만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는 낭만까지도 들려주고 있다.

 

일 때문이든, 학업 때문이든, 사랑 때문이든 크게 상처 입은 청춘들은 꼭 이 앨범을 들으면서

 

실컷 마이너 감성에 빠져보라.

 

원래 슬플 때는 더 슬픈 걸 들어야 하고

 

기쁠 땐 더 기쁜걸 들어야 하는 법이니까.

 

 

 

 

 

 

 

2. 라이브가 기대되는 사운드

 

버닝햅번은 정규 앨범 2장이 전부인 밴드이지만

 

무수히 많은 컴필레이션 앨범과 프로젝트등을 통해

 

관록을 쌓아온 밴드이다.

 

그만큼 라이브 무대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밴드라는 것이다.

 

이 앨범을 듣고 있노라면 버닝햅번의 라이브 무대가 절로 상상이 간다.

 

그만큼 레코딩 퀄리티가 높다는 뜻이기도 하고 연주의 현장감이 매우 크다는 뜻이다.

 

'Lust for Life' 같은 곡은 워낙 빠르고 템포가 강한 곡이기도 하지만 사정없이 내려치는 드럼 스네어 소리가

 

마치 공연장을 방불케 한다.

 

또한 '잊혀진 거리', '죽은 도시의 Rock'n Roll' 과 같은 곡에서 거칠면서도 갈라지는

 

송원석의 보컬 역시 녹음된 음원을 듣는다기 보다는

 

라이브 현장에서 바로 녹음을 해와서 듣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는 악기든 보컬이든 별다른 오버더빙이나 기술적인 처리 없이

 

본연의 사운드에 충실하고자 하는 버닝햅번만의 철학의 반영일 것이다.

 

사실 기타 톤이 앨범 내에서 쭉 일관적이기 때문에 자칫 지루해질 수 있으나

 

이러한 우려는 트럼펫과 키보드의 적시 적절한 사용으로 해소된다.

 

다시 말해 이 앨범은 '펑크' 라는 장르가 들려줘야 하는 가장 원초적 사운드에 충실하면서도 라이브로

 

항시 같이 어울리는 트럼펫과 키보드로 보다 다양한 분위기와 효과를 연출한다는 것이다.

 

앨범만 들어도 라이브에 열기가 느껴지는데 현장에서 듣는다면 어떠하겠는가!

 

 

 

 

 

 

 

3. 펑크

 

요즘 인디씬은 다양한 사운드의 실험, 일렉트로닉적 요소의 결합 등 디지털화 되어가고 있다.

 

구성은 미니멀하다 해도 기막힌 공간계 기타 이펙터의 활용으로 신디사이저의 효과를 내기도 한다.

 

또 얼터너티브나 펑크를 한다고 해도

 

요즘에는 이러한 사운드를 '기반' 으로한 음악이지 정말 얼터너티브나 펑크 자체에 주력하는 밴드를 찾기는 힘들다.

 

그래서 버닝햅번의 [Life Goer On] 이라는 앨범이 더욱 소중하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펑크 밴드 중 가장 자신들의 목소리와 일관성을 잘 지켜가고 있는 것이 버닝햅번이고

 

또 그들의 노력이 이 앨범에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청춘과 허무, 그리고 낭만등에 대해 주저리 떠드는 펑크.

 

혹자들은 철없는 아이들의 신세한탄이라 하지만 이 말만큼 정확한 것도 없는 펑크.

 

유행을 타지 않고 자신들의 가치를 지켜나가는 펑크.

 

이런 점에서 버닝햅번의 [Life Goes On] 은 진짜 펑크 앨범이다.

 

곡으로 따지고 볼 때 이 앨범에서 두드러지는 곡은 타이틀인 'Life Goes On' 보다는

 

'잊혀진 거리' 와 'No Punk No Life' 이다.

 

이 두 곡은 꼭 정서상 상반되는 곡이다.

 

'잊혀진 거리' 가 차분한 스키리듬에 감성적인 가사가 돋보이는 곡이라면

 

'No Punk No Life' 는 강한 사운드에 트럼펫의 스윙, 그리고 직설적인 가사가 전달해주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곡이다.

 

오히려 타이틀 'Life Goes On' 은 사실 별 특색이 없는, 타이틀을 생각하고 대중성을 많이 고려한 듯한 곡이다.

 

어쨌든 '잊혀진 거리' 와 'No Punk No Life'

 

이 두 곡은 [Life Goes On] 이라는 앨범에서 버닝햅번이 보여주고자 했던 펑크를 잘 보여주고 있다.

 

펑크 앨범을 들으며 청춘을 떠올려 보자면

 

차분하게 소주 한 잔을 생각나게끔 하는 청춘도 있을 것이고,

 

당장의 부조리에 분노를 감추지 못하는 청춘들도 있을 것이다.

 

이 앨범을 듣는 이들은 앞서 설명한 두 곡을 통해

 

버닝 햅번이 들려주고자 했던 이러한 청춘들의 모습을 떠올려볼 수 있을 것이다.

 

 

 

 

버닝햅번은 언제나 단순하다.

 

'Let's Skanking' 처럼 그냥 음악 들으면서 신나게 스캥킹을 하다가 강렬해진다 싶으면 슬램존을 형성하면 된다.

 

그리고 거친 가사를 따라 부르며 시원하게 욕을 한 바가지 쏟고 나면

 

어느새 자신의 나이가 실제로 몇 살이든 '난 청춘을 살고 있구나' 라는 잠들어 있던 감성이 깨어날 것이다.

 

버닝햅번의 [Life Goes On] 은 정말 펑크다.

 

근래 펑크 앨범 중에서 이 정도로 펑크만이 얘기할 수 있는 청춘에 대해서 잘 풀어낸 앨범은 없다.

 

무엇보다 무조건 라이브로 듣고 싶어지는 앨범이다.

 

 

 

by 서울상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