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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앨범

[기획 연재] 명반을 찾아서 - 크라잉 넛(Crying Nut) 2집 "서커스 매직 유랑단"

[기획 연재] 명반을 찾아서 - 크라잉 넛(Crying Nut) 2집 "서커스 매직 유랑단"

 

 

 

 

 

앨범 정보

 

아티스트: 크라잉 넛(Crying Nut)

 

발매: 1999. 11. 05

 

배급: 로엔엔터테인먼트

 

수록 곡

1. 서커스 매직 유랑단

2. 신기한 노래

3. 강변에 서다.

4. 베짱이

5. 다죽자

6. 더러운 도시

7. 군바리

8. 탈출기

9. 벗어

10. 브로드웨이 A.M 3:00

11. S.F

12. 빨대맨

13. 게릴라성 집중호우

 

 

 

왼쪽부터 한경록(베이스), 이상혁(드럼), 박윤식(보컬), 이상면(기타), 김인수(키보드)

 

 

크라잉 넛에 대한 부연설명을 하는 것은 시간 낭비일 것이다.

 

그만큼 예나 지금이나 크라잉 넛은 대한민국 밴드의 아이콘이다.

 

무엇보다 그들은 정말로 길바닥에서 시작해 지금의 크라잉 넛이 되었다.

 

즉, 그들은 살아있는 인디 씬의 신화인 것이다.

 

이번에 소개 할 앨범은 그들의 2집 "서커스 매직 유랑단"이다.

 

물론 "말 달리자"가 수록 되어 있는 1집 앨범이

 

그들의 최고 역작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많지만

 

크라잉 넛의 2집은 1집에서 보여주었던

 

펑크의 패기와 장난스럽지만 시리기까지 한 애절함,

 

그리고 날 선 분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앨범이다.

 

간단히 말해 이 앨범은 1세대 인디 펑크 밴드들을 수식 할 수 있는

 

"조선 펑크"의 완성형 앨범이다.

 

 

 

 

Keyword 1. 청춘

 

 

이 앨범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단어는 청춘이다.

 

펑크와 청춘은 떼 놓을 수가 없긴 하지만 무엇보다

 

이 앨범은 한국에 사는 청춘들이 담겨있다.

 

현실이 답답하고 자신의 무능함에 좌절하고 그래서 세상에 대한 원망을 품고 사는

 

그런 청춘들 말이다.

 

이런 청춘에 대한 느낌은 다양하게 풍기는데 가장 큰 부분은 역시 가사다.

 

"서커스 매직 유랑단"은 정처 없이 떠도는 유랑단 크라잉 넛의 내용이며

 

무엇보다 "어차피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라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그 외에도 "다죽자"는 "나는 거짓말쟁이, 너도 거짓말쟁이 우리 그냥 모두 다 죽자."라는

 

공연에서 떼창을 유도하는 구절이 인상적이다.

 

"군바리 230"은 곧 군대를 입대해야 하는 크라잉 넛을 포함한

 

사내들의 솔직한 심정을 아주 직설적(아주 노골적 욕설과 함께)인 가사로 담은 노래다.

 

 

 

 

 

 

Keyword 2. 펑크키드

 

 

이 앨범은 크라잉 넛 앨범 중 가장 펑크적인 사운드를 느낄 수 있는 앨범이다.

 

"서커스 매직 유랑단"과 "다죽자" 같은 경우는 크라잉 넛 식 펑크 사운드의

 

끝을 볼 수가 있는 곡들이다.

 

크라잉 넛 식 펑크 사운드란 미친 듯 달리는 와중에도

 

우울한 느낌을 주는 코드와 멜로디로 미묘한 감정을 일으키는 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강변에 서다"는 펑크 사운드를 넘어 메탈의 분위기를 풍길 만큼 기타 사운드가 거칠다.

 

간주로 나오는 엄청난 속주의 기타 솔로 역시 메탈 음악의 분위기를 풍길 정도로 강렬하다.

 

"더러운 도시"는 도시에 대한 날선 비판적인 가사와 함께

 

역시나 무거운 사운드가 곡을 한 층 강하게 만든다.

 

 

(크라잉 넛의 2집 수록 곡 "서커스 매직 유랑단" Live <EBS 공감>) - 출처 유투브

 

 

 

Keyword 3. 재치

 

 

크라잉 넛의 음악을 수식하는 말 중에 하나는 재치이다.

 

크라잉 넛의 재치란 유치할 수 있지만 그 안에는 비판의식이 담겨있는 풍자적인

 

가사일 수도 있고 도저히 상상도 못해볼 곡 구성에 있기도 하다.

 

가사 면에서 "베짱이"는 재치의 끝을 보여주고 있다.

 

"배짱도 없는 베짱이"라는 구절은 도시에 생활에 압박을 느끼며

 

기계처럼 일하는 개미들을 비판함과 동시에

 

이도 저도 못하는 베짱이 같은 무능한 청춘의 모습을 재치 있게 그리고 있다.

 

음악적인 면에서 "빨대맨"은 상식을 깨는 구성을 보여준다.

 

누군지 모를 빨대맨을 그린 이 곡은

 

특별한 멜로디도 없고 "빨대맨"을 연발하는 우스꽝스러운 코러스로 초반부를 장식한다.

 

그러다 몽환적인 느낌의 기타 솔로가 펼쳐진 뒤, 나레이션이 곡을 차분한 분위기로 바꾸고

 

다시 엄청난 파워로 폭발한다.

 

이러한 구성은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작곡을 했을지가 궁금할 정도다.

 

곡과 가사 양 면에서 가장 재치 있는 곡은 마지막 곡인

 

"게릴라성 집중호우"다.

 

굉장히 서정적인 반주에 마치 만담을 하는 듯한 랩핑(?)은 즐겁지만

 

왠지 모르게 술을 잔뜩 먹고 신세 한탄을 하는 듯한 처량한 느낌을 준다.

 

무엇보다 투신자살하는 형상을 마치 게릴라성 집중 호우가 쏟아지는 듯한

 

모습으로 담담하게 비유한 표현은 당시 사회 분위기를 암시함과 동시에

 

직접적인 슬픔을 나타내는 메시지 없이도 애절한 느낌을 전달한다.

 

그야말로 크라잉 넛 재치의 진수이자 조선 펑크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는 곡이다.

 

 

 

확실히 크라잉 넛의 지금 음악은 이 때와는 많은 변화를 보인다.

 

때문에 크라잉 넛의 초기 정체성을 가장 확실히 확인할 수 있는 "서커스 매직 유랑단" 앨범은

 

더욱 가치가 크다.

 

한 앨범에 크라잉 넛의 다양한 재치와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이 앨범은

 

분명 그들의 데뷔작과 맞먹을 정도에, 혹은 그 이상의 완성도를 자랑한다.

 

 

by 서울상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