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연재] 버닝햅번(Burning Hepburn) - EP 앨범 "32(서른 둘)"
아티스트: 버닝햅번(Burning Hepburn)
발매: 2013. 11. 08
배급: 론뮤직
수록 곡 정보
1. 32(서른 둘)
2. 아무것도 아닌 일들
3. 돌아서지 않아
4. 아무도
5. Punk not dead
6. 32(Clean Ver)
대전 출신 펑크밴드 "버닝햅번(Burning Hepburn)"이 실로 오랜만에 앨범을 발매했다.
30대를 맞이한 이들이지만 여전히 펑크는 죽지 않았음을 외치는 펑크키드 버닝햅번!
그들의 새로운 EP 앨범을 알아보자!
인디 씬의 시작이었던 펑크가 이제는 어느새 트렌드라는 명분하에
짬뽕되고 요상해진 요즘에, 여전히 날선 펑크 사운드를 들려주는 밴드가 있다.
바로 "버닝햅번(Burning Hepburn)"이다.
그리고 그들은 3년만의 앨범에서도 여전히 그 펑크 사운드를 놓지 않고 있다.
Keyword 1. 스카탈출
"버닝햅번(Burning Hepburn)"하면 단연 떠오르는 것은 스카리듬이다.
스카는 규칙적으로 엇박에 들어가는 기타 리듬 구성인데,
굉장히 경쾌하여 스캥킹이라는 일종의 탭댄스(?)를 추기에 굉장히 좋다.
그런 버닝햅번은 자신의 오랜 무기였던 흥겨운 스카리듬을 접어두고
이번 앨범에선 보다 펑크 사운드 자체에 집중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일단 첫 번째 트랙이자 인트로 트랙인 "32"는 기타의 헤비함이 단연 지금까지의 앨범 중 가장 강하다.
기타 솔로 역시 강한 디스토션 이펙트에 속주형태이다.
특히나 도입부 아르페지오 형식의 마이너 스케일의 다운된 분위기와는 정반대로
갑자기 터지는 밴드사운드의 반전적 요소는 버닝햅번의 완숙한 강약조절을 잘 보여준다.
"아무것도 아닌 일들"은 곡 구성 면에서 "32(서른 둘)"과 비슷하다.
초반부에 잔잔한 클린 기타 소리뒤에 갑작스레 터지는 밴드 사운드는 막힌 심장을
꽝 뚫리게 해줄 만큼 시원하다.
"Punk not dead"는 도입부 기타 리프가 굉장히 공격적이면서도 리드미컬한 곡이다.
코러스로 다 같이 외치는 "Punk not dead"라는 후렴구 또한 이전의 버닝햅번이 보여주었던
흥겨움 보단 오히려 한이 맺힌 함성으로 들린다.
Keyword 2. 고뇌
3년만의 앨범이다. 어느새 32살이 되었다.
펑크는 이제 주류가 아니다. 아무리 당찬 펑크키드라 해도
그 어찌 고뇌가 없을 수 있을까.
그래서 그런지 이번 앨범은 버닝햅번의 전작들보다 무겁다.
그러니까 그 무거운 이유는 아까 설명한 더 강렬해진 사운드 때문만은 아닌 것이다.
버닝햅번은 30대를 맞이한 시점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이번 앨범에 풀어썼다.
"32"에 보면 "다 작아져 가네/꿈도 즐거움도"라는 구절이 반복된다.
이 것만큼 나이 먹어가는 현실을 솔직하게 말해주는 구절이 있을까?
사실 버닝햅번은 가사가 직설적이고 솔직하기로 유명한 밴드였다.
어떨 땐 막연한 희망에 대한 예찬보다는 차라리 현실의 냉철함에 대한
패배주의적 가사로 많은 청춘들의 공감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앨범은 단지 현실에 대한 사실적 시각 뿐 아니라
여기에 자신들이 느끼는 30대 펑크 락커로서의 심경이 잘 드러나 있다.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나 "아무도"와 같은 곡에서는 그러한 심정이 잘 드러난다.
"돌아서지 않아"는 버냉햅번의 고뇌의 견론이자 결심을 잘 보여주는 곡이다.
그루브한 드럼 비트에 이어 전 곡들과 같이 갑자기 터지는 사운드의 폭발은
쾌속의 질주감을 청자에게 선사한다.
가사 역시 결국 그들의 목표는 돌아서지 않는 것임을 잘 드러내주고 있다.
버닝햅번이 왜 펑크밴드이며, 얼마나 힘든 길을 걷고 있는지 이한 곡은 충분히 잘 설명해주고 있다.
이번 앨범에서는 버닝햅번은 키보드주자인 김희정과
트럼펫의 기민석 없이 단출한 구성으로 앨범을 발매하였다.
이 말은 스카 리듬을 주 무기로 삼았던 모습을 버리고
기타, 베이스, 드럼, 보컬이라는 펑크 자체에 집중한 사운드를 만들기 위함이라고 보인다.
그만큼 버닝햅번은 이 앨범에서 과감히 새로운 시도를 하였다.
무엇보다 이 시도에는 자신들의 깊은 고뇌와 성찰이 담겨있다.
무엇보다 펑크가 잊혀져가고 있는 인디 씬에서 이들의 재등장은 그 자체로도 상당히 고맙다.
by 서울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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