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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앨범

[기획 연재] 명반을 찾아서 - 장기하와 얼굴들 1집 '별일 없이 산다'

[기획 연재] 명반을 찾아서 - 장기하와 얼굴들 1집 "별일 없이 산다"

 

 

 

 

아티스트: 장기하와 얼굴드

 

발매: 2009. 02. 27

 

배급: 미러볼 뮤직

 

수록 곡

1. 나와

2. 아무것도 없잖어

3. 오늘도 무사히

4. 정말 없었는지

5. 삼거리에서 만난 사람

6. 말하러 가는 길

7. 나를 받아주오

8. 그 남자 왜

9. 멱살 한 번 잡히십시다.

10. 싸구려 커피

11. 달이 차오른다, 가자

12. 느리게 걷자

13. 별일 없이 산다

 

 

 

2008년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 숨은 고수로 데뷔와 함께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장기하와 얼굴들.

 

 그들은 어느새 대한민국 대표 인디 밴드가 되어 공연과 방송을 넘나드는 활발한 활동을 하는 중이다.

 

요상한 춤과 코러스, 그만큼 요상한 음악과 가사, 그리고 트렌드와는 완전히 동떨어져 있는 80년대

 

포크 풍의 음악스타일 등, 오늘 소개 할 장기하와 얼굴들의 1집은 당시 등장할 때도 그랬지만

 

지금 들어도 분명 독특할 이유가 사실 그다지 없음에도 상당히 독특한 놈이다.

 

그렇다면 그 이유를 몇 가지 알아보자.

 

 

 

 

Keyword 1. 응답하라 20c

 

 

밴드 구성에서는 전형적인 현대 락음악에 맞는 구성이다.

 

그러나 그 내용물은 전혀 다르다.

 

흥겨운 로큰롤 리듬과, 국내에서 80년대 선풍적으로 영향을 끼친

 

포크 락적인 요소까지 장기하와 얼굴들의 1집은 계속해서 20c를 찾아 떠난다.

 

"아무것도 없잔어"는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 쓰인 장기하와 얼굴들의 "풍문으로 들었소"

 

대신 삽입되었다 해도 전혀 이질감이 없을 정도로 80년대 정서가 잔뜩 베어있는 곡이다.

 

"오늘도 무사히"는 마찬가지로 옛날에 대한 정서로 가득 차 있는 곡이다.

 

서부극을 연상케 하는 올드한 기타톤의 도입부 멜로디와, 달리는 말을 연상케 하는

 

드럼 스트로크가 매우 인상적이다.

 

듣고 있노라면 이 곡은 그 옛날 유행했던 서부극의 카우보이들이 떠오르는 곡이다.

 

"나를 받아주오"는 가장 포크락 풍 향기가 물씬 풍기는 노래이다.

 

절도 있게 끊어지는 어쿠스틱 기타 리듬에 화려한 연주 없이

 

기본 박자에 충실한 드럼 비트는 옛날을 회상하기에 전혀 어색한 감이 없다.

 

"별일 없이 산다"는 앨범 중 가장 강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뮤트 연주가 받치는 기타와 강한 로큰롤 사운드,

 

그리고 간주에서 등장하는 신디사이저 솔로는 어깨가 들썩거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정말 전형적인 코러스가 그 분위기를 더 돋구는 곡이다.

 

 

(장기하와 얼굴들 1집 [별일 없이 산다] - 싸구려 커피) 출처 유투브

 

 

 

Keyword 2. 촌스러움

 

장기하와 얼굴들의 원래 성향이건 아니면 이 앨범에서 특별히 잡은 컨셉이건 이 앨범은 촌스럽다.

 

이 앨범은 아날로그 신디사이저 소리와 별다른 변박이 없는 단순한 기타 스트로크,

 

그리고 유치한 코러스와 장기하의 보컬까지,

 

지금 들으면 꽤나 촌스러운 20c 사운드를 여실히 재현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것이 나쁜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장기하와 얼굴들은 놀랄 정도로 머리가 좋은 듯하다.

 

어설픈 재현이 아니라 완벽한 사운드의 복구로 촌스러움이 오글거림이 아니라

 

자연스러움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싸구려 커피"는 촌스러움이자 요상함의 진수이다.

 

역시나 주된 바탕은 어쿠스틱 사운드이다.

 

여기에 정말 사운드의 기반을 받치는 데만 주력하는 베이스 기타와

 

이를 편안히 도와주는 퍼커션 사운드는 이 곡에게 어쿠스틱 느낌 이상의 무언가를 준다.

 

그러나 가장 웃기는 것은 역시 나레이션인지 랩인지 - 본인은 랩이라고 했지만 -

 

간주 부분 장기하의 보컬 솔로이다.

 

굉장히 일상적 가사와 단어로 풀어쓴 이 부분은 사실 이 앨범이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의 축약판이다.

 

그것은 닳고 닳을 정도로 익숙한 우리들의 모습이다.

 

그것은 정말 촌스러울 정도로 너무나 익숙한 모습이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는 것이다.

 

"달이 차오른다, 가자"는 장기하와 얼굴들이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에서

 

관객들을 사로잡게 한 곡이다.

 

세시봉의 송창식을 연상케 하는 보컬과 사운드마저 80년대 포크풍 어쿠스틱 기타 리듬을

 

잘 살린 이 곡은, 무엇보다 무대 위에서 벌인 요상한 춤사위가 화제였다.

 

이 곡 역시 분명 촌스러운 사운드일 수 있지만

 

이것이 촌스러워 귀를 막게 하기 보다는 오히려 더 귀를 기울이고 집중하게 만든다.

 

그만큼 곡의 완성도가 높다는 뜻이다.

 

"정말 없었는지"는 어쿠스틱 기타 한 대로 진행되는 곡이지만

 

곡의 깊이 면에서는 가장 진한 여운을 풍긴다.

 

가사 역시 혼자가 된 이의 외로운 하루를 담담한 어조로 담은 내용이다.

 

이렇듯 장기하와 얼굴들은 억지로 웃기려 하지도 않고 그저 앨범 표지처럼

 

무던한 일반인들의 사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그리고 있다.

 

 

 

당시 인디음악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친 장기하와 얼굴들이다.

 

그들을 추종하며 당시 트렌드가 되었던 것은 어쿠스틱 사운드였을 정도이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들은 방송에서 숱하게 패러디되며

 

순식간에 그들은 단순히 인디 뮤지션 이상으로 만들었다.

 

그만큼 이 앨범은 영향력이 큰 앨범이다.

 

여전히 들으면 들을수록 촌스러운 앨범, 그러나 무척이나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앨범.

 

재치와 풍자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앨범. 장기하의 기획력이 얼마나 좋은지 새삼 감탄할 수 밖에 없는 앨범.

 

꼭 한번 들어보길 바란다.

 

 

 

 

by 서울상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