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연재] 들국화 - 27년만의 신보 <들국화> 리뷰
아티스트: 들국화
발매: 2013. 12. 06
배급: 로엔엔터테인먼트
수록곡
CD1
1. 걷고, 걷고
2. 노래여 잠에서 깨라
3. 겨울비
4. 재채기
5. 하나둘씩 떨어져
6. 친구
7. 들국화로 必來
CD2
1. 행진
2. 그것만이 내세상
3. 아침이 밝아올때 까지
4. 사랑한후에
5. 제주도 푸른밤
6. 또다시 크리스마스
7. 사랑일뿐이야
8. 매일 그대와
9. 다시이제부터
10. 이별이란 없는거야
11. 제발
12. 걱정말아요 그대
(왼쪽부터 전인권<보컬>, 주찬권<드럼>, 최성원<베이스>)
2012년 재결성 이후로 들국화는 제 2의 인생을 맞으며 공연과 방송을 넘나들어
대중과 소통해왔고, 대중은 오랜 시간과 갖은 풍파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이들의 음악적 열정과 순수함에 눈물 젖은 박수로 성원을 보냈다.
그리고 들국화는 그 호응에 대한 감사로 27년만의 신작을 발표했다.
사실 한 편으로는 부담도 있었을 것이다.
오랜만의 필드 복귀가 단지 옛 명성을 그대로 이어가려는
나태함으로 보일 수 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분명한 기우였다.
한국 대중음악 명반 1위로 꼽힌 그들의 데뷔작
<들국화>와 동명인 이 앨범은
감수성 면에서 그들의 시작과 비교해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신작에 그대로 녹아 있는 들국화의 사운드,
즉 격동의 시대를 직접 거치며 만들어온 그들의 쓸쓸하면서도
낭만적인 사운드가 이들의 건재함을 증명하고 있다.
하나 아쉬운 점은 이 앨범이 드러머 주찬권의 유작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그가 남긴 진한 드럼 비트는
대중들의 귀에 그의 열정을 고스란히 들려주고 있다.
이 앨범이 더 특별한 이유이다.
그렇다면 들국화의 신보 <들국화>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자.
Keyword 1. 전인권
이 앨범에서 반드시 먼저 얘기해야 할 것은 전인권이다.
들국화 자체를 상징하는, 정말 들국화 같은 삶을 살아온 전인권은
특유의 창법으로 사람들에게 많이 익숙하다.
놀라운 점은 60을 바라보는 전인권이 여전히 예전과 같이,
아니 더 깊은 감수성으로 노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인권은 분명 기술적인 보컬은 아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그의 보컬을 찬양하는 이유는
종잡을 수 없는 개성과 가슴을 울리는 애절함 때문이다.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절규하던 그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앨범에서 "걷고, 걷고" 같은 경우 감성면에서 예전 보다 한층 더 깊어진
전인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여기에 시적인 가사가 요즘에는 좀 처럼 접하기 힘든 아날로그적 향수를 자아낸다.
"노래여 잠에서 깨라" 같은 경우는 다른 곡들에 비해 빠른 템포의 곡이고,
이 빠른 템포는 전인권의 강한 보컬과 리드미컬한 리듬감이 이끌고 있다.
이렇듯이 이젠 백발이 꽤 많은 고령의 로커는 여전히 자신이 건재하다는 것을
이 앨범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는 듯하다.
Keyword 2. 향수
많은 이들이 들국화의 재결성을 지켜보며 눈물을 훔친 이유는
그 시대에 대한 향수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향수는 들국화와 동시대에 살았던 세대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들국화와 전혀 인연이 없던 젊은 세대들 같은 경우도,
비록 자신이 그 시대를 살진 않았지만,
그 시대에 관한 기록과 이로 인한 기억을 통해
들국화의 위대함을 알 수 있다.
관건은 사운드이다.
들국화는 재결성을 이유로 트렌디한 사운드의 시도보다는
자신들이 유지해온 아날로그 사운드를 이 앨범에서 잘 들려주고 있다.
"걷고, 걷고"는 인트로 트랙으로써 앨범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주는 곡인데,
역시 그 정체성이란 도입부 트럼펫 소리로 형성되는 뭉클함과 전인권의 간절한 목소리이다.
그리고 기타 톤 역시 최근에 소위 말하는 잘 빠진(?) 사운드를 추구하기 보단
역시나 담담하면서도 별다른 이펙팅이 없는 사운드로 채워져 있다.
"겨울비" 같은 경우는 세련된 어쿠스틱 기타가 인상적인 곡으로
시적인 가사와 맞물려 차분히 커피 한 잔을 두고 생각에 잠기기에 좋은 곡이다.
들국화의 향수는 음악 뿐아니라 가사를 통해 더 진해진다.
요즘 좀처럼 찾아 볼 수 없는 시적이고 자기성찰적인 가사가 그 이유이다.
"걷고, 걷고" 같은 경우는 전인권의 자전적 얘기인데,
온갖 인생의 풍파를 겪고 나니 그저 아침에 눈을 떠 가족들과 함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감사해 쓴 가사라고 한다.
그 외에도 "하나둘씩 떨어져" 나 "들국화로 必來" 같은 곡들은
들국화가 겪어오고 지금 만들어가고 있고 소망하고 싶은 것들을
잘 드러내 가사만으로도 눈시울을 적시는 노래이다.
(들국화 27년만의 신보 <들국화>의 첫 인트로 곡 "걷고, 걷고") - 출처 유투브
Keyword 3. 아날로그
"가난을 이기려 공부했던 노동을 했던, 오늘도 책방 앞에 힘겨운 두 다리여..
옛날이여 지금 어디 살기 바빠 못 본 이유."
위 가사는 <재채기> 중 일부이다.
굳이 가사를 발췌한 이유는 이 구절이 앞서 말한 들국화가 들려주는
옛날에 대한 진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무엇보다 우리가 잊고 살았던
아날로그 감성을 선물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아날로그 감수성이 무엇보다 반가운 이유는 자극적이고
빠른 효과에 익숙해져 있던 많은 이들에게 모처럼 마음의 평안함을 주기 때문이다.
마지막 곡 "들국화로 必來"는 편안한 어쿠스틱 리듬과 여전히 소년같은 최성원의
보컬이 옛날 "제주도 푸른 밤"을 떠올리게 한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편안한 감수성이다.
"친구"도 마찬가지이다.
이 곡은 기본 바탕으로 어쿠스틱 사운드의 차분함에,
그 위를 진하게 감싸는 신디사이저 스트링 사운드가
따뜻함을 형성하고 있다.
곡을 듣는 동안은 다른 무언가 할 필요가 없이,
그저 전인권이 읆조리는 시적인 가사를 여러 악기들이 만드는 따뜻한 분위기 위에서
차분히 감상하면 된다.
27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모두가 변화만을 추구하는 시대에 이들은
그들의 가치를 여전히 지키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무척이나 감사하다.
그저 조금이라도 이들의 역사를 동시대에 같이 할 수 있다는 것이
말로 표헌 할 수 없이 감사하다.
현대 음악에서 시각적 퍼포먼스는 이제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범장르적으로 필수 요건이 되었다.
허나 들국화의 이번 신보는 암악 그 자체로 줄 수 있는 감동이
얼마나 큰지 세삼 느끼게 해준다.
그만큼 현대 한국 음악시장에 의미가 너무 큰 앨범이다.
이 앨범은 들국화 드러머 주찬권의 유작이다.
전설이 떠나갔지만 그의 마지막 작업은
절친한 동료들의 도움으로 세상에 탄생했다.
더군다나 이 앨범은 2CD에 주옥같은 들국화의 히트 트랙들이
수록되어 있다. 여러 이유에서 이 앨범은 정말 <들국화>이다.
by 서울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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