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연재] 명반을 찾아서 - 눈뜨고 코베인 2집, "Tales"
아티스트: 눈뜨고 코베인
앨범 명: Tales
발매: 2008. 04. 25
배금: 네오위즈인터넷
수록 곡
1. 아빠가 벽장
2. 납골묘
3. 하이웨이 몽키스타
4. 엄마 몰래 space
5. 바훔톨로메
6. 지옥에 가다
7. 하늘은 UFO
8. 지구를 지키지 말거라
9. 횟집에서
10. 안 돼
11. Fa In Da Closet(Dguru Luv Rock Mix)(Hidden Track)
눈뜨고 코베인
왼쪽부터 파랑(드럼), 목말라(기타), 연리목(건반), 깜악귀(보컬), 슬프니(베이스)
눈뜨고 코베인은 데뷔 이래 끊임없이 "아마추어"를 지향하며 누구보다 괴짜 같은 행보를 보인 밴드다.
이들의 기이한 팀명은 이들이 커트 코베인 추종자들인가 하는 의문이 들게 하지만
막상 음악을 들으면 전혀 상관없어 보인다.
분명 얼터너티브나 그런지 성향의 밴드이지만 막상 이들을 그렇게 정의 내리면 안될 것 같다.
눈뜨고 코베인은 그만큼 종잡을 수 없는 밴드 이다.
그들은 그냥 눈뜨고 코베인이다.
유쾌한 가사와 음악이지만 막상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만도 않은, 웃긴 것 같고
튀어 보이지만 동시에 슬퍼보이는 이 팀은 규정할 수 없는 전혀 괴짜스러움을
자신들의 무기로 삼는다.
소개할 이들의 2집 앨범 [Tales]는 이런 특징들이 잘 녹아든 앨범으로,
귓속말로 무언가 얘기를 하는 앨범 표지에서 알 수 있듯이,
앨범 전체가 하나의 이야기처럼 구성되어있다.
그렇게 이 앨범은 웃긴 것 같지만 정말 조심스럽고
비밀스러운 얘기를 눈뜨고 코베인만의 방식으로 조용히 풀어가고 있다.
Keyword 1. 블랙코미디
의도적으로 무언가를 비꼬며 웃음을 유발하는 방식을 흔히 블랙코미디라 한다.
눈뜨고 코베인의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일단 웃긴다.
노래 제목부터 기이하다.
"아빠가 벽장", "하이웨이 몽키스타", "지구를 지키지 말거라" 등의
제목은 도대체 무슨 노래일까 하는 궁금증을 들게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팀의 음악은 신나는 것 같으면서도 굉장히 음울하다.
사실 일련의 의도된 설정은 어떤 일관된 주제를
표현하고자 하는 눈뜨고 코베인의 시도이다.
그러니까 눈뜨고 코베인은 단지 웃기고픈 욕망에 노래를 쓰는
개그 밴드가 아니다.
오히려 이들은 놀라울 정도로 치밀하다.
인트로 트랙인 "아빠가 벽장"은 초반 도입부의 베이스 리듬과
잘개 쪼갠 드럼 비트, 그리고 곧 터지는 아날로그 느낌의 신디사이저 사운드가
그 시작부터 귀를 확 집중시킨다.
그리고 "아빠까 벽장 안에 있을리가 없잖아"라는 가사는 역시
이 앨범 전체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점차 곡에 집중을 하다보면 이 곡은 빈티지한 기타 톤과
어떻게든 아빠의 부재를 부정해야만 하는 것 같은 가사의 내용 때문에
그다지 경쾌하게 들리지 않게 된다.
2번 트랙 "납골묘"는 보다 노골적으로 그 우울함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전 트랙과 마찬가지로 인트로는 상당히 기운차게 시작된다.
도입부의 한 음 한 음 치솟는 신디사이저 멜로디와 강한 드럼 비트가
분명 강한 임팩트를 주지만 곧 이어 나오는 그저 읆조리는 보컬의 등장은
처음의 분위기를 확 뒤엎는다.
가사 마저 "아버지 납골묘 아래에 내가 누워 있을 건데요.", 나 "형도 제사 지낼 생각 없데요."와 같은 내용이다.
7번 트랙 "하늘의 UFO"는 게임에서 꽤나 들어봄직한 신디사이저 인트로가
인상적인 곡이다.
이 곡은 알 수 없는 외계인과 UFO에 대한 내용을 주저리주저리 풀어내는데,
그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지 파악하기가 힘들다.
어쨌든 이 노래는 외계인이 알 수 없는 "당신"의 대변자이며
"그게 날아가면 하늘이 날아가네"라며 디스토피아적인 메시지를 주고 있다.
세 트랙의 공통점은 힘찬 도입부와는 별개로 곡 내내 느낄 수 있는 음울함이다.
이 앨범은 이런식으로 웃길 것 같지만 전혀 웃기지 않은,
오히려 슬프고 어두운 블랙코미디적인 모습을 보인다.
(눈뜨고 코베인의 2집 "Tales"의 1번 트랙곡 "아빠가 벽장" live) - 출처 유투브
Keyword 2. 괴짜
눈뜨고 코베인을 수식하는 가장 적절한 단어는 괴짜이다.
그들의 음악을 들어보면 정말 괴짜라는 말이 잘 어울린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특히 그 괴짜스러움은 의미를 종잡을 수 없는 가사와
이를 정말 듣고 보도 못한 방식으로 풀어내는 보컬 깜악귀의 창법에서 잘 느껴진다.
3번 트랙 "하이웨이 몽키스타"는 정말 괴짜같은 노래이다.
고속도로에 원숭이 한 마리가 살고 있다는 내용인 이 노래는
가뜩이나 의미를 파악할 수 없는 이들의 노래 중 가장 아리송한 노래이다.
5번 트랙 "바훔톨로메"의 도입부에 등장하는 깜악귀의 나레이션과 코러스는
예전 유행했던 음치 패러디 가수들이 생각날 정도로 상식을 깬다.
그리고 이 노래의 가사는 "나는 바훔톨로메, 아무도 보지 않는 섹시 금붕어"라는
이해 못할 구절을 반복한다.
한 마디로 이 앨범은 기이함의 집대성이다.
그러나 앞서 본 것처럼 이 기이함은 단순히 웃기기 위한 장치임이 아니다.
이 모든 코믹함은 블랙코미디를 위한 의도적 장치로 해석 될 수도 있는 것이다.
Keyword 3. Tales
앨범 타이틀대로 눈뜨고 코베인은 이 앨범을 일관된 주제로 채워 넣었다.
그리고 곧 이들은 이러한 방식을 통하여 무언가 이야기를 전달해주고자 한다.
이 앨범에 가장 두드러진 단어들은 "아빠"와 "죽음" 그리고 "외계인"이다.
6번 트랙인 "지옥에 가다"는 그랜드 피아노의 밝은 멜로디와 빈티지한
기타 사운드가 시너지를 발휘하여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그러나 반주의 경쾌함에도 보컬 톤과 가사의 내용은 어두운 기류를 풍기고 있어
곡 자체는 오히려 어두운 느낌이 든다.
8번 트랙 "지구를 지키지 말거라"를 들어보자.
전 트랙인 "하늘은 UFO"의 디스토피아적인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받은 이 곡은,
다른 곡들보다 강한 긴장감과 스케일이 큰 곡이다.
사실 이 앨범은 전체적으로 유독 신디사이저를 활용해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이 곡은 그 중에서도 신디사이저의 활용이 시작부터 끝까지 특히나 큰 곡이다.
곡 내용 또한 이전 트랙에서 들어 본 적이 있는 "죽은 아버지"와 "아들"의 관한 것이며,
구체적으로 아버지가 아들에게 지구를 지키지 말라고 당부하는 애용이다.
그런데 눈뜨고 코베인은 죽음에 의미는 무엇이며, 또 왜 지구를 지키지 말라는지
이유를 안 가르쳐 준다.
다만 눈뜨고 코베인은 듣는 이가 스스로 해석해 볼 수 있는 자유를 줄 뿐이다.
다양하게 가능한 해석 중 몇가지만 예시를 들자면,
이 앨범은 결국 척박할대로 척박하여 지친 우리들의 삶들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지옥에 가다"는 "너는 너무 아름다우니 다시 살아나거라"라는 구절을 통해
살아남으려면 예뻐야 한다는 우리들의 인식을 비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지구를 지키지 말거라"에서는 "지구는 지키는 사람이 따로 있는 거란다"라는
말로써, 다른 것에 신경 쓸 겨를 없이 현실에 치이는 우리들의 삶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앨범 내내 등장하는 아버지는 이런 맥락에서 각박한 변화 불가능한 현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이미 죽은 것과 같은 상태의 우리 모두를
의미한다고도 할 수 있다.
어쨌든 눈뜨고 코베인은 정말 우스꽝스러운 방식으로 우리들이 살고 있는 삶에 대하여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쭉 보면 눈뜨고 코베인의 2집 [Tales]는 보이는 우스운 모습으로만
그 가치를 매길 수 없다.
이 앨범은 그 어느 앨범보다 사실 무겁고 어두우며 날카롭다.
정말 괴짜같은 앨범이다.
무엇보다 듣는 이가 자유로이 해석을 함으로써
이 앨범은 정말 경쾌하게 들릴 수도 있고
반대로 무척이나 우울하게 들릴 수도 있다.
이 앨범은 그러한 마력을 지니고 있다.
그런 면에서 눈뜨고 코베인의 치밀한 계산이 녹아든
2집 앨범 [Tales]는 음악 자체나 메시지
양 측면 모두를 사로잡는 명작이다.
by 서울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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