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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앨범

[기획 연재] 명반을 찾아서 - 넬 1집 [Reflection of]

 

앨범정보

 

아티스트 : 넬

앨범명 : Reflection of

장르 : 락, 인디

발매 : 2001. 01. 19

수록곡

1. Take Me With

2. 믿어선 안될 말

3. 어차피 그런거

4. 쓰레기

5. 넌

6. 두번째

7. 길들임

8. 그런기억

9. Aden

10. 4

 

 

 

왼쪽부터 이재경(기타), 정재원(드럼), 김종완(보컬), 이정훈(베이스)

 

 

   델리스파이스가 한국 모던락의 시작이라면 넬은 한국 모던락 밴드 중 단연 가장 인기있는 밴드일것이다. 넬은 각종 방송과 공연은 물론 힙합, 가요 등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과의 작업을 통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하면서도 정체성이 뚜렷한 밴드로 자리잡았다.

 

 

 

   허나 의외로 많은 이들이 이러한 넬의 1집을 잘 모르고 있다. 넬 1집이라 하면 [Let It Rain] 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이 앨범은 넬의 정규 3집이다. 추측컨데 이 3집을 홍보시 '메이저 1집' 이라고 소개한데서 일어난 에피소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무튼 넬 1집은 의외로 많은 이들이 모르는 넬의 모습을 담고있다. 지금의 비주얼로는 감히 상상할수도 없는 1집의 표지부터 주목해보라.

 

 

2002 ETP FEST 전야제에서 서태지와 '널 지우려 해' 를 부르는 넬의 김종완(1집 때는 아니지만 이때도 느낄 수 있는 지금과는 확연히 비교되는 비주얼을 주목해보실)

당시 기름진 노랑의 장발 때문에 김종완을 커트코베인과 비교를 하는 묘사도 있었다.

 

 

 

   대한민국 대표 모던락 밴드 넬을 논함에 있어 쓸데없이 비주얼을 논하는 이유는 소개할 이들의 1집 떄문이다. 넬의 현재는 비주얼이나 음악면에서 세련되고 깔끔한 모습이다.  하지만 이들의 1집은 세련되고 깔끔함이라는 측면에서는 거리가 멀다.

 

 

 

  넬 1집 [Reflection of]는 분명 지금과 마찬가지로 섬세하고 우울한 모던락계열의 곡들이지만 그 깊이에 있어서지금은 상상할 수 없을정도로 우울하다. 현재 넬의 곡들을 듣고 우울하다고 하는 이들이 넬 1집을 들으면 우울함을 넘어선 처절함을 느낄 것이다.

 

 

 

헤어나올 수 없는 우울함

 

   넬 1집 [Reflction of] 를 소개할 수 있는 단어는 우울함만으로는 부족하다.  우울함보다 더 깊이 들어간, 아니 우울함이라는 단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극한의 상태이다. 이럴땐 정형화된 단어로 음악을 설명해야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부족한 일인지 절감하게 된다. 아무튼 넬 1집은 그만큼 우울한 앨범이다.

 

 

 

  이 앨범이 이 극도의 우울함을 표현하는 방법은 세가지가 있다. 바로 김종완의 보컬과 작열하는 기타, 그리고 가사이다.

 

 

 

 

1. 김종완

 

   김종완은 넓은 음역대에 감정표현에 능하다는 점에서 많은 인정을 받고 있는 보컬이다. 무엇보다 넬의 모든 곡을 그가 작사/작곡 한다는 점에서 분명 그는 천재성마저 보유하고 있다. 그런 그의 처녀작인 이 앨범에서 그는 읊조리다 못해 우는듯한 효과로 노래를 하고 있다.

 

 

타이틀곡 '믿어선 안될 말' 에서 후반부 폭발하는 사운드와 함께 '믿어선 안될 말' 이라는 후렴을 연발하는 부분이나 '어차피 그런거' 에서 '날 용서해줘' 라고 목놓아 부르는 부분은 정녕 그가 울고 있는게 아닌지 하는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그만큼 그는 우울한 가사와 곡의 분위기에 심취해 듣는 이를 슬픔에 무기력하게 만드는 마성을 이 앨범 속에서 노래하고 있다. 1집을 자세히 듣고 있노라면 이 때 보다 지금이 더 맑고 깨끗한 소리를 들려주는 것 같다. 나이와는 역으로 목소리가 더 깔끔해지는 보컬을 찾아보기란 힘들것이다.

 

 

 

 

2. 기타(Guitar)

 

   'Take Me With', '믿어선 안될 말', 그리고 '어차피 그런거' 에 이어질 때까지 공통된 특징이 있다.

 

시작은 우울한 김종완의 보컬에 기대어 곡들이 시작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깊어지는 기타 사운드에 그 우울함의 깊이가 배가 된다는 것이다.

 

사실 이 점이 지금의 넬과 가장 대조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가장 최근 발표한 넬의 '백야' 와 같은 곡을 보면 깔끔한 기타 톤에 보컬이 인상적이다.

 

이렇듯 넬의 최근 곡들은 청명하고 맑은 기타톤에 건반이나 현악 사운드등이 웅장함을 더한 곡들이 많다.

 

허나 1집은 기타로써 곡 자체의 우울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후기에 김종완의 인터뷰를 들어보면 이 때는 돈이 없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한다. 

 

아무튼 넬 1집은 대부분의 곡들이 기타에  의지해 곡이 진행되는데, 이러한 기타 의존도는 확실히 최근 스타일보단 1집에서 훨씬 강하다.

 

즉 곡의 분위기를 연출해내는데 있어서 최근에 넬은 다양한 악기소스들을 유용하게 사용하는데 반해 1집에서는 최대한 기타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사운드의 세련됨이나 퀄리티 자체는 지금보다 못한 모습이지만 순수성면에선 단연 돋보이는 부분이다.

 

 

어차피 그런거 MV

 

 

 

 

 

3. 가사

 

   김종완은 작사 면에서도 탁월한 감수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넬에서 공통적으로 '행복함', '사랑의 완성' 등과 같은 해피엔딩에 관해 노래하기 보다는 '애절함', '아쉬움' 등과 같은 세드앤딩에 관하여 노래를 해왔다.

 

 

하지만 그 정도에 있어서 1집은 일말의 희망도 없는 체념과 같은 상태에 대해 말하고 있다.

 

 

   'Take Me With' 나 '어차피 그런거' 와 같은 곡에서는 체념과 후회에 대해 담담하게 노래하고 있는데 이 담담함에 오히려 더 슬픔이 묻어져 나온다.

 

특히 '어차피 그런거' 에서 '날 용서해줘' 와 같은 구절은 용서를 통해 새롭게 시작하자는 희망 대신 최소한의 구원이라는 의미라서 더욱 애절해진다.

 

 

   '쓰레기' 란 곡에서는 버림받은 자신을 쓰레기에 비유해 무기력하고 희망없는 아픔을 묘사하였으며 'Aden' 은 제목 그대로 닿을 수 없는 이상에서 나오는 슬픔을 형상화 하고 있다.

 

 

 

 

 넬 '믿어선 안될말' 라이브. 이 곡은 3집 [Let It Rain] 버전으로 편곡된 상태. 허나 마지막 후반부는 똑같다.

 

 

 

 

    넬 1집 [Reflection of]는 마치 젊은 청춘 한 명이 맛 본 쓰디 쓴 사랑의 상처에 대해 더 이상 우울할 수 없는 극도의 상태에서 만든 작품같다.

 

 

그만큼 이 앨범은 거듭 강조하듯이 우울하다라는 말 자체로는 표현이 안되는 앨범이다. 이 말은 곧 국내에서 이정도의 깊은 감성으로 만든 앨범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뜻이기도하다.

 

 

   더욱이 이 앨범의 가치가 더 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희소성때문이다. 2001년 발매된 이 앨범은 현재 시중에선 찾아볼 수 없어 경매로만 간간히 거래가 이루어진다.

 

 

 

 

 

   위 캡쳐는 뭐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넬 1집 판매글이다.

 

10만원이라는 가격이 놀라울 따름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가격에도 이 앨범을 사는 이가 있다는 것이고,

 

그것도 모자라 이것보다 더 비싼 가격에도 사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이 앨범은 지금과는 확연히 다른 넬의 음악을 접할 수 있기에 귀하디 귀한 앨범이다.

 

 

  앞서 잠깐 언급했듯이 넬은 초창기에 돈이 없어 지금과 같은 다양한 음악적 시도들을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1집이 주는 가장 큰 감동은 이러한 빈약한 현실에서 나온 보석같은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빈약할 수 있는 기타톤과 별다른 이펙트 혹은 백그라운드가 없는 사운드가 더 우울하고 처절한 이 앨범의 감성을 훨씬 더 잘 전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by 서울상회